산을 보다
김 동 주
침묵하는 산은
꼭지마다 전설 하나씩을 이고 서서는
장대한 가슴으로 계곡을 품고
더 넓은 심사로 수목을 안고
우주의 끌을 향하는 능선을 앞세우고
숱한 이야기와 꽃을 피우고있다
바람이 멈춰서는 7부능선 가로 질러
자연은 소리내어 신음을 한다
사정없이 잘여버린 산비탈의 원시림도
아픔에 겨워하고
그것은 우리의 금수강산을 훼집는 울림이다
분별없고
이기심에 초점 흐린 우리들의 본성에
산은 고통에 몸부림하다
때로는 무진장의 구토를 하여
천년 종가의 평화를 허물기도하고
아래로 흩어져 뒹구는 산의 흔적들
부셔진 영혼의 흔적이 쌓여도
산은
토양으로 수목을 키우고
생명을 안아주는 터전이 되고
그늘을 만들면서
자연에 기대사는 우리를 보듬는다
우리는 언제나 산에서
순환하는 진리를 배우며 살고있다
언제가는
그 곳으로 회기할
그 날을 기다리며.
우리 집 사람
김 동 주
강은 사시장철 변함없이 흐르고
산은 여전히 그 자리에 서 있다
때로는
엄청난 폭풍우에 넘치기도 하고
제 몸 지탱 못해
마을을 삼키기도 하지만
산도 때로는 분노하여
자기 살을 떼어서는
인정 많은 종가 마을 덥치기도 하지만
그 자리에 서 있기는 마찬가지다
강같고 산같은
우리집 애들 엄마
미어지는 가슴에다 세월을 담으며
혼자서
비내리는 영동교를 부르기도 하고
수덕사의 여승을 부르기도 하면서
매양 그 자리에 서서 흔들리진 않는데
웬지
가는 오늘이 서럽다고 했다
그러나 어쩌겠는가
우리가 늙는 것도 자연의 법칙인데
모두가 가는 세월을 아쉽다고 하는데
우리집 애들 엄마!
시간이 우리를 데려가도
당신은 그대로야 하는데
잡을 수 없는 자연의 순리여서
지켜보는 수 밖에.
3월의 산
김 동 주
조요로운 산마루는
아직 잠들어 있다
지금 막 눈비비는 수목 사이로
시간은 바람을 안고 지나고있고
숨을 고르는 3월의 산
아직은 겨울인 산속으로
눈바람이 불었다
계절의 매끄러운 속살을 훼집고 들어오는
살가운 차가움에
가늘게 눈을 떠는 진달래는
이른봄의 꽃샘눈에 몸을 숙였고
겨울의 끝자락에서
잎사귀 하나를 피우기위해
함박눈이 내리고있다
깊은 계곡사이로 흩어져 날리며
가지를 흔들어 잠을 깨우고
하염없이 휘어져 내달리는 능선위로
봄이
하얗게 내리고있다
출처 : 월간 국보문학/ 주간 한국문학신문
글쓴이 : 국보문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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