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울음이 타는 가을 강**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친구의 서러운 사
랑 이야기를 가을 햇 볕으로
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어느
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
고나.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을
보것네.저것 봐, 저것 봐 네
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물 소리가 사라
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 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에서 화자는 제사를
치르기 위해 고향을 찾아가
는 길목에서 마을 앞을 도도
히 흐르는 강을 바라보며 그
에 얽힌 어린 시절의 슬픈 추
억을 되살리고 있다. 그런데
이로 인해 나타나는 한(恨)의
정서는 단순히 관념화되고
보편화된 정서가 아니라, 사
랑의 실패와 관련 하여 화자
의 생활 속에 녹아들어 있는
현실적이고 일상 적인 감정
에서 비롯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산등성
이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옛
생각에 슬픔을 참지 못하는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강물
의 흐름과 교차시키는 화자
의 태도는 분명히 낭만 적이
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
으로 자연적 배경이 단순히
토속적인 정취를 불러일으
키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의
삶과 세월에 대한 담담한 성
찰을 돕는 역할을 한다는 점
에서 이 작품이 지닌 현대적
서정의 측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보것네'와 같은 판소리
조의 어미와 구어체를 중심
으로 한 평이한 언어 의 구
사,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
적인 이미지의 결합에 의한
시적 대상의제시 등은 이
시가 보편적인 정서를 노래
하면서도 현대적인 개성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 밑바탕
이 되고 있다.결국 이 시는
살아가는 일의 한스러움, 사
랑하는 일의 한스러움이 아
름다운 토속적 말씨로 표현
된 작품이다. 고향을 찾아
가는 마을 앞에 흐르는 노
을 진 가을 강을 보며 인생
의 유한함과 정한을 노래한
작품이다.
jang. h. s. 공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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