좋은글/아름다운 시

♣ 모란이 피기까지는 ♣

공기돌 바오로 2009. 5. 2. 08: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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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모란이 피기까지는 ♣


     

    -김영랑 - 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나의 봄을 기다리고 있을 테요. 모란이 뚝뚝 떨어져 버린 날 나는 비로소 봄을 여읜 설움에 잠길 테요.오월 어느 날, 그 하루 무덥던 날,떨어져 누운 꽃 잎마저 시들어 버리고는 천지에 모란은 자취도 없어지고, 뻗쳐 오르던 내 보람 서운케 무너졌느니 모란이 지고 말면 그뿐, 내 한 해는 다 가고 말아,삼백 예순 날 하냥 섭섭해 우옵내다.모란이 피기까지는,나는 아직 기다리고 있을 테요, 찬란한 슬픔의 봄을. [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 모란을 소재로 하여 영원할 수 없는 지상적 아름다움에 의 기다림과 비애를 노래했다. 지상의 아름다움이란 우리가 그것을 아무리 아끼고 보존하려해도 영원할 수 없다. 태어난 것은 언젠가 죽어야 하며, 피어난 것은 마침내 떨어 져야 한다. 태어남과 피어남이 기쁨이라면 죽음과 떨어짐은 슬픔이다. 산다는 것은 이러한 기쁨과 슬픔을 모두 맛보며 주어진 시간을 누리는 일이다. 이러한 문제를 이시의 주제로 삼고 있는 것이다. 모란이 피기까지 봄을 기다리며 소망과 기대감을 가지며 살다가, 모란이 지고 나면 슬픔과 좌절감에 빠지고 만다. 그러나 이 슬픔 에도 불구하고 그는 또 다시 봄을 기다린다. 물론 그는 다시 돌아 오는 봄도 곧 지나가야 하며 새로 피어날 모란도 얼마 있지 않아 떨어지고 만다는 것을 안다. 그러기에 그 봄은 보람과 환희로만 가득한 계절이 아니라, 슬픔의 봄이기도 하다. 그렇지만 어쩔 수 없이 슬픔을 맛보아야 하는 줄 알면서도 아름다움을 삶의 가장 높은 가치로 삼는 그에게 봄은 삶의 유일한 보람이다. '찬란한 슬픔의 봄'이라는 모순 형용은 아름다움에의 환희와 그 소멸로 인한 슬픔이 한데 엉킨, 달리 말하면 아름다움에의 도취와 그 덧없음에 대한 슬픔이 결합된 시적 화자의 심경을 잘 보여준다. 이 작품에는 슬픔과 비애까지도 아름다움으로 승화시키는 김영랑 초기시의 유미주의적 태도가 잘 드러나 있다. jang.h.s. 공기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