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울음이 타는 가을 강.

공기돌 바오로 2014. 9. 14. 21:50

    울음이 타는 가을 강 - 박재삼 - 마음도 한자리 못 앉아 있는 마음일 때, 친구의 서러운 사랑 이야기를 가을 햇볕으로나 동무 삼아 따라가면, 어느새 등성이에 이르러 눈물나고나. 제삿날 큰집에 모이는 불빛도 불빛이지만 해질녘 울음이 타는 가을강(江)을 보것네. 저것 봐, 저것 봐 네보담도 내보담도 그 기쁜 첫사랑 산골물 소리가 사라지고 그 다음 사랑 끝에 생긴 울음까지 녹아나고 이제는 미칠 일 하나로 바다에 다 와 가는 소리 죽은 가을 강을 처음 보것네. - <춘향이 마음>(1962) - [이해와 감상의 길잡이] 이 작품에서 화자는 제사를 치르기 위해 고향을 찾아가는 길목에서 마을 앞을 도도히 흐르는 강 을 바라보며 그에 얽힌 어린 시절의 슬픈 추억을 되살리고 있다. 그런데 이로 인해 나타나는 한(恨) 의 정서는 단순히 관념화되고 보편화된 정서가 아니라, 사랑의 실패와 관련하여 화자의 생활 속에 녹아들어 있는 현실적이고 일상적인 감정에서 비 롯된 것이라는 점을 고려할 필요가 있다. 산등성이에서 강물을 바라보며 옛 생각에 슬픔을 참지 못하는 섬세한 감정의 흐름을 강물의 흐름과 교차시키는 화자의 태도는 분명히 낭만적이라 할 수 있다. 그러나 한편으로 자연적 배경이 단순히 토속적인 정취를 불러일으키는 데 그치지 않고 개인의 삶과 세월에 대한 담담한 성찰을 돕는 역 할을 한다는 점에서 이 작품이 지닌 현대적 서정의 측면을 엿볼 수 있다. 또한 '보것네'와 같은 판소리 조의 어미와 구어체를 중심으로 한 평이한 언어의 구사, 시각적 이미지와 청각적인 이미지의 결합에 의한 시적 대상의제시 등은 이 시가 보편적인 정서 를 노래하면서도 현대적인 개성을 지닐 수 있도록 하는 밑바탕이 되고 있다.결국 이 시는 살아가는 일의 한스러움, 사랑하는 일의 한스러움이 아름다운 토속적 말씨로 표현된 작품이다. 고향을 찾아가는 마을 앞에 흐르는 노을 진 가을 강을 보며 인생의 유한함과 정한을 노래한 작품이다.
    jang. h. s. 공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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