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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의 시
공기돌 바오로
2009. 10. 28. 18:12
♧ 가을 숲에서♧
이민영李旻影
가을 숲에서는 하얀 도화지에 물감을 먹인다는 것이
첫사랑처럼 여러워질 때가 있다 그래서 아버지 이름
같은 가을집 추녀 밑에서 오래된 세익스피어의 詩 한
편을 들고 통통 여린 실오라기 매듭마다 머리카락같
은 生을 치켜세우며 '가을수풀'이라고 외친다 산장의
둘레는 이제 그 끝 나무 이파리마다 구멍을 세운 숨
사이 보고픔은 이제 잊게나, 잊는 것은 잊어버리게
놔 두게나, 기억되기 위 하여 오늘은 통째로 청하여
같이 잠을 자게나'라고 하면서 떠나기 싫은 사랑 하
나가 책장을 넘길 때마다 가을을 태우고 있다.
공기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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